서초구 방배동 빌라에 거주하며 히어로게임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최주희(33)씨는 지난해 말 친구 부부와 경기도 양평군 문호리에 땅 약 561㎡를 1억7,000만여원에 구입했다. 모두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이 양평에 땅을 구입한 것은 전세를 벗어나 자기들만의 집을 갖기 위해서다. 최씨는 "결혼 후 두 번째로 이사해서 살고 있는 집인데 이사를 할 때마다 집주인과 갈등이 있었고 집을 옮길 때마다 전세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이 됐다"며 "애초에는 아예 집을 살 생각이 없었는데 이사를 다니면서 여러 억울한 일을 겪다 보니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서울 내 한적한 곳이나 서울 근교에 자기가 살 집을 스스로 짓겠다고 나서는 젊은 층이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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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지난주에 설레는 마음으로 기본 설계안을 받았다. 앞으로 최종 설계안을 확정하고 시공한 후에 내년 1월께 입주할 예정이다. 최씨 부부와 친구네 부부는 땅 구입비와 설계비·시공비를 나눠 부담할 계획이며 각각 2억5,000만원에서 3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왜 스스로 집을 지으려고 하는가=젊은 층이 자기 집을 짓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주거 비용 증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단순 숙식 공간으로서의 주거가 아닌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진 주거 공간에 대한 욕구 △도시 생활에 대한 불만과 여유로운 전원 생활에 대한 갈망 △건축·건설 정보의 보편화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주거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혼부부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전체 2,677가구 중 84.7%가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내 집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신혼부부가 많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젊은 층들의 내 집 마련을 부추기고 있다.
이승기 하우빌드 공동대표는 "최근 자기 집을 짓겠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30대는 물론 20대도 더러 있다"며 "이처럼 과거와 달리 젊은 세대들이 서울 근교에 자기 집을 지으려고 하는 것은 노후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실제 최근 서울 근교 택지 지구에 땅을 분양 받으려는 30~40대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은 택지 지구에 땅을 분양 받은 후에 3층짜리 주택을 지어서 아래층은 상가로 임대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 기성 주택에 싫증…나만의 공간 갖자=아파트나 빌라 등 기존 건축주가 복제품처럼 지어놓은 기성 주택에 싫증을 느끼고 자기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집을 원하는 젊은 층도 늘어나고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파트에서만 산 직장인 강승구(33)씨는 "한 번도 단독 주택에 산다는 생각을 못해봤는데 결혼 전 단독 주택에서 살았던 아내가 단독 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알려줬고 아내와 함께 부암동을 비롯해 서울에 단독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보러 다니다 보니 단독 주택의 장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는 단독 주택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이 같은 젊은 세대의 내 집 짓기 열풍에 대해 "서울 지역의 경우 최근에 가로수길, 홍대 근처 상수동이나 합정동에 새로 짓는 집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특히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파트 히어로게임'들이 자기들의 자녀에게는 다른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젊은 세대의 내 집 짓기가 일종의 문화적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성이 높아진 점도 이유로 들 수 있다. 박 교수는 "최근 장거리 교통수단이 좋아지면서 젊은 세대의 이동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공간 지각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꼭 땅값이 비싼 서울이 아니더라도 서울과 가깝고 땅값이 싼 인근에 내 집을 짓겠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 영역으로 여겨졌던 건축과 건설에 대한 정보가 많이 공개된 것도 내 집 짓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 건축주들은 주변에 건축을 아는 사람에게 전부 맡기는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면서 건축주가 직접 히어로게임를 찾고 시공사를 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집을 짓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자재까지 모두 직접 고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어떻게 짓는가…매입부터 완공까지 단계는=집을 짓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법규 검토->히어로게임 찾기->설계 관리->견적 준비->시공사 찾기->공사 관리->유지 관리'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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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법규 검토는 건축주가 가지고 있거나 구매할 의사가 있는 땅에 어떤 집을 지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단계다. 통상 건축사들이 담당하며 건축주는 이 단계에서부터 건물의 용도와 형태 등을 고민해야 한다.
대략적인 건축 계획을 잡은 후에는 히어로게임를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인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는 경우가 많지만 전문 업체를 통해 여러 가지 설계안을 받아보고 선택할 수도 있다. 설계는 '설계준비단계->기본설계(뼈대 구성)->중간설계(재료 결정)->건축허가->실시설계(구조·기계·전기·통신 등을 결정하는 단계)' 순으로 진행되며 하나의 단계마다 협의를 해야 한다.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에 지어지는 일반 단독 주택의 경우 통상 설계비는 1,500만~2,000만원 정도 든다. 약 560㎡ 땅에 듀플렉스 형태로 전용면적 82㎡·72㎡ 규모의 주택 두 동과 공동생활 공간을 짓는 최씨의 경우 약 3,000만원 정도의 설계비가 들었다.
설계가 완료된 후에는 시공사를 찾아야 한다. 시공사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보증방법, 대금지급 방법, 설계도면 중에 공사를 하지 않을 부분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후에는 입찰을 붙여 시공사를 정하면 된다. 시공 업체를 선정할 때는 공사 기간과 금액 체크뿐 아니라 건설사 및 현장 소장에 대한 평판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기존 건축주 중에 '불만족'을 표시한 건축주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야 한다. 공사 기간은 3개월에서 1년까지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최소 3개월이며 건물 층수가 3층일 때부터 1개월씩 더하면 된다.
즉 건물 층수가 5층일 경우 보통 6~7개월 정도 걸리며 지하층이 있는 경우에도 1개월을 더하면 된다. 준공이 끝난 후에는 공사가 기존 기획설계안과 비교해서 잘 진행이 됐는지 확인하는 유지관리(하자보수) 과정을 거친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주택이라도 통상 계획부터 시공 완료까지 최소 1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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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기 집을 짓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박 교수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며 "무조건 최소한의 설계비와 시공비로 집을 지으려는 생각은 버려야 하며 자기 집을 짓는 것은 건설이 아닌 건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건강한 건축가와 내실 있는 시공사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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